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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깍지길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다물은집’ 이야기입니다. ‘다물’은 ‘되찾는다’, ‘회복하다’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입니다. 이 말은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한민족이 다스렸던 땅을 되찾기 위해 연호를 ‘다물’이라고 불렀던 것에서 시작됩니다.
사실 다물은집은 예전에 적산가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적산가옥은 일본식 집으로 ‘우리나라 영토 안에 있는 일본인의 재산’을 말합니다. 저는 작업을 하면서 감포의 적산가옥이라는 말이 너무 싫었습니다. 일본인의 재산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감포에 있는 우리 주민의 땅을 일본인이 뺏어서 자신들의 재산으로 둔갑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감포 주민의 재산임에도 적산가옥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이 분통이 터져서 국어학자님께 메일을 보내서 사연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런 낱말을 대신할 말이 없다고 하시면서 대신할 말을 만들게 되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전과 자료를 찾아 적당한 말을 찾게 되었고 ‘되찾은 재산’이라는 의미를 담아 적산가옥을 다물은집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다물은집에 얽힌 ‘야스모또 선생님 벤또’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제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되셨고,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백성은 전쟁과 침략의 희생양일 뿐입니다. 소수의 정치인이 벌이는 그런 일은 낭비고 소비일 뿐입니다. 선생과 제자는 그것을 뛰어넘는 지극한 사랑을 주고받았던 사이였고 할아버지는 만날 수 없는 선생님께 ‘벤또 빚’을 졌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이 촉촉하게 젖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물은집은 4구간 해국길로 가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