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향기
신이 경주에게 내린 선물,
감포깍지길에 발자국을 남기다
‘감포깍지길’의
저자 주인석
인터뷰 인터뷰   사진 사진제공 _ 주인석, 그루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경주 곳곳을 둘러보면 여기저기 유적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중 감포깍지길은 신이 경주에게 내린 선물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근대문화 유적, 자연경관, 문무왕릉, 신라시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주인석 작가는 그런 감포에 애착을 가지고 감포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열 손가락을 서로 엇갈리게 바짝 맞추어 잡은 깍지처럼
감포깍지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주인석 작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감포깍지길
Q 감포깍지길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차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운전사가 없다면 차는 움직이지 못하고 아름다운 경치도 구경할 수 없습니다. 제가 스토리텔링을 잘 기획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함께 사명감을 가지고 추진해준 분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감포깍지길’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감포깍지길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지금은 퇴직하신 김진룡 읍장님이 계십니다. 읍장님께서는 감포도 관광 경주의 한 식구임을 알리고 낙후한 어촌을 발전시키기 위해 제게 길 스토리텔링을 부탁하셨습니다. ‘당장은 원고료가 없지만 떼먹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도와주십시오.’ 열정에 가득찬 읍장님의 눈을 보고 저는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산 1원 없는 상태로 작업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행복했던 것은 감포 주민들이 100%로 협조하고 도와주셨기 때문입니다. 감포깍지길에 대한 애정은 감포 주민들을 향한 저의 애정이고 이것을 계기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Q 감포깍지길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주인석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다물은집’ 이야기입니다. ‘다물’은 ‘되찾는다’, ‘회복하다’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입니다. 이 말은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한민족이 다스렸던 땅을 되찾기 위해 연호를 ‘다물’이라고 불렀던 것에서 시작됩니다.
사실 다물은집은 예전에 적산가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적산가옥은 일본식 집으로 ‘우리나라 영토 안에 있는 일본인의 재산’을 말합니다. 저는 작업을 하면서 감포의 적산가옥이라는 말이 너무 싫었습니다. 일본인의 재산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감포에 있는 우리 주민의 땅을 일본인이 뺏어서 자신들의 재산으로 둔갑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감포 주민의 재산임에도 적산가옥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이 분통이 터져서 국어학자님께 메일을 보내서 사연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런 낱말을 대신할 말이 없다고 하시면서 대신할 말을 만들게 되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전과 자료를 찾아 적당한 말을 찾게 되었고 ‘되찾은 재산’이라는 의미를 담아 적산가옥을 다물은집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다물은집에 얽힌 ‘야스모또 선생님 벤또’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제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되셨고,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백성은 전쟁과 침략의 희생양일 뿐입니다. 소수의 정치인이 벌이는 그런 일은 낭비고 소비일 뿐입니다. 선생과 제자는 그것을 뛰어넘는 지극한 사랑을 주고받았던 사이였고 할아버지는 만날 수 없는 선생님께 ‘벤또 빚’을 졌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이 촉촉하게 젖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물은집은 4구간 해국길로 가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Q 8개의 감포깍지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은 무엇인가요?
1구간 해안을 따라 걷는 감포깍지길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서양에 ‘모세의 기적’이 있다면 경주에는 ‘감포의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동해구와 촛대바위, 와랑칭칭, 봉끗, 가곡할배와 할매, 몽돌밭, 해국언덕, 나정고운모래해변, 송대말도 있습니다. 어느 한 곳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어서 콕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한 곳만 꼽아보자면 ‘송대말’입니다. 삼층석탑등대와 노란색 갑방돌등대, 자연 그대로 어장이 되어버린 축양장과 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가슴 탁 트여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송대말은 감포라는 하나의 천으로 하나는 스토리텔링, 다른 하나는 신이 내린 경치를 입은 곳입니다.
감포깍지길
Q 감포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클래식하는 바다’입니다. 감포는 역사를 겪어낸 이야기를 품은 바다가 있습니다. 그 바다는 세월을 초월하고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히 은은한 연주를 이어갈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 해도 감포 바다는 지금 그대로, 깊은 바다, 깨끗한 바다, 이야기가 있는 바다, 언제가도 편안하고 조용한 일류의 고풍스러운 바다로 존재할 것입니다. 감포는 ‘S장조의 클래식(Sea Classic)’ 연주로 관람자라면 누구에게든 잔잔한 위로와 행복을 주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