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며 지난밤의 흔적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수고가 있기에 우리는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생활환경이라도 깨끗하게 만들어 경주시민들의 삶의 질이 조금이나마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생활쓰레기수거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16년차 전준형 환경미화원과 3년차 허림 환경미화원을 만나보았다.
서로의 배려와 격려가 모여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애쓰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전준형 환경미화원은 IMF 후유증이 한창이던 시기에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지인의 소개로 환경미화원 공채 시험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겠냐는 마음을 가지고 시험에 응시했고 합격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 누군가는 꺼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선망의 직업이 되어가고 있다. 허림 환경미화원 역시 35: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입사하게 되었다고.
“근무 시작 시간이 빠른 편이라서 힘들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일찍 시작한 만큼 낮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퇴근 이후 개인적인 볼 일이나 가장으로서의 책임 등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맡은 바를 다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도 있지만, 각자 맡은 업무에 따라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그렇다면 일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일까. 허림 환경미화원은 거리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직접 치울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한다. 전준형 환경미화원은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근무를 하면 쉽게 지치곤 합니다. 그럴 때 시민들께서 시원한 음료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주시는데요. 그때 참 뿌듯하면서도 힘을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노력이 만나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있기 마련이다. 허림 환경미화원은 어느 한 가정집에서 지갑과 귀중품을 실수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가족들은 급하게 차량을 세워 찾을 수 있는지 양해를 구했고, 허림 환경미화원은 작업을 멈추고 쓰레기 더미 속에서 물건을 찾아주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의미 있는 순간도 있지만, 전준형 환경미화원에게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고.
“7~8년 전에 음식물쓰레기수거팀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비가 유독 많이 내리던 날, 차량에 적재물을 가득 싣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민가를 덮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동료들 모두가 무사했고 민가에도 주민이 없어서 큰 피해가 나지 않았습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하늘이 도운 천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허림 환경미화원은 시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봉사원이 바로 ‘환경미화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경주시민들이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고.
“각 가정에서 분리수거를 꼼꼼하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노력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전준형 환경미화원은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격려해주시면 깨끗한 환경 조성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전준형 환경미화원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언제나 안전 수칙을 잘 지켜서 건강하게 근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안전이 우리 가족의 안녕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동료 간에 항상 화합하고 상생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해 일하고 싶고, 출근하고 싶은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허림 환경미화원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현장에서 우리 동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맡은 바에 충실히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맡은 일이 힘들 수도 있지만, 매일 동료들과 웃으며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