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품
선도산 아래 수줍게 숨어 있는
서악마을의 품에
뛰어들다
글 글 _ 정미래   사진 사진 _ 박형준
태양이 뜨겁게 영그는 계절 여름, 짙은 초록이 아름다움의 절정을 맞이했다.
어디나 푸르른 그곳 서악마을은 이른바 ‘촌캉스’에 어울리는 곳이다.
과하게 멋있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외갓집 같은 서악마을에 다녀왔다.
삶에 소박함을 더하는 촌캉스
서악마을
촌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이른바 ‘촌캉스’가 유행이다. 각박하고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롭고 소박한 삶의 쉼표를 찾기 위해서다. ‘촌’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낡고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톡톡 튀는 여행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촌캉스의 유행은 최근 트렌드인 ‘뉴트로’와도 연관 있다. 뉴트로란 과거의 것이 현 세대에게는 새로운 문화로 인식되는 것을 뜻하는데, 촌캉스가 MZ세대에는 새로운 문화로 인식돼서다.
덕분에 시골 정취가 가득한 숙소들도 인기가 많다. 창문 너머로 논밭뷰가 펼쳐지는 숙소나 나무 밑 평상에 앉아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숙소 등 촌캉스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숙소도 많다. 경주 역시 촌캉스에 걸맞은 도시다. 인기가 많다는 논밭은 물론, 왕릉이나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숙박시설도 있고 고택에 머무를 수도 있어 취향에 맞춰 숙소를 선택할 수 있다.
조용한 서악마을에서의 휴식
서악마을은 안온한 평안함이 있는 곳이다. 나지막한 돌담이 포근한 인심을 대변하는 듯하다. 서악마을은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도 충분할 만큼 아담한 동네다. 자동차로 서악마을에 방문했다면 입구에 자리한 무열왕릉 주차장에 주차하고 마을에 들어서면 된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무열왕릉이다. 과거에 서악마을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수학여행차 무열왕릉에 온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서악마을을 보러 온 김에 무열왕릉에도 들르는 사람이 꽤 된다.
그 이유는 바로 환경정비사업 덕이다. 삭막했던 서악마을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대나무로 둘러싸였던 서악 삼층석탑 주변을 화사한 꽃밭으로 바꾼 것이다. 또 곳곳에 고택이 자리하고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서악마을 안에는 작은 책방 하나가 있다. 이름은 ‘누군가의 책방’. 이곳에 방문하는 모든 이의 책방이 되어주는 곳이다. 아담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과 책방이 보인다. 사람보다 먼저 방문객을 맞아주는 것은 이 곳의 마스코트인 강아지 호두다. 호두와 잠시 인사를 나눈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책이 마련되어 있다. 누군가의 책방은 독립서점으로 책도 팔고 귀여운 소품이나 스티커 등을 팔고 있다. 서악마을을 방문한 기념으로 하나쯤 구매해도 좋을 듯하다.
서악 삼층석탑 주변으로 화사하게 핀 작약
서악마을
초여름 서악마을의 가장 인기 명소는 단연 서악 삼층석탑이다. 서악 삼층석탑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핀 작약이 감탄을 자아낸다. 게다가 서악 삼층석탑 주변으로 꾸며진 연등을 보면 오르막을 올라오느라 쌓인 고단함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초여름에는 작약이 탐스럽게 피고 가을에는 계란프라이를 닮은 구절초가 서악마을을 수놓는다. 꽃이 피는 계절이면 서악마을에는 방문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악마을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휴식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서악 삼층석탑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서악마을을 즐기고 있었다. 작약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가족들과 주변을 거닐며 산책하는 이들도 있었고, 더 높은 곳에 자리한 고분을 구경하고, 탑 주변에 앉아 이 공간을 오롯이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석탑 부근에 서서 무열왕릉 쪽을 내려다보면 도봉서당의 지붕과 함께 왕릉의 풍경도 한눈에 보인다.
도봉서당 앞에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마련되어 있고, 마을 내에 숙박시설도 마련되어 있으니 편안한 쉼을 원한다면 서악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보자. 또한 서악마을 문화공간에서는 공연이나 강좌를 열기도 하니, 기회가 된다면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