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의 초대
일 년의 겨울이 끝나
나라 곳곳 봄(),
다시 가봄()
글 글 _ 김수완(낭만농객 대표)
2020년은 일 년 내내 겨울왕국이었다. 거리도 사람 하나 없이 얼어버렸고 발이 묶였다.
사람들이 나다닐 수 없기에 사고파는 일이 멈추니 주머니도 마음도 다 얼어버렸다. 우리는 기다렸다.
누구라도 좋으니 이 얼음을 ‘땡’하고 깨주기를. 그렇게 코로나 발생 이후 일 년 즈음이 지났나.
눈치 없지만 희망찬 봄이 다시 오고 있다. 그렇게 얼음은 한 귀퉁이씩 부서져 간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함께 보낸 관광업계 동료들과 자주 했던 말이 있다.
“그래도 우리한테 여행을 빼앗아 갈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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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맨 얼굴,
그 나라의 아침과 시골
로컬과 언택트
인스타그램에 해외여행 인증샷이 사라졌다. 2020년 2월 이전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승자라고 불릴 정도였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던 해외 스팟 중심의 여행은 안타깝게도 앞으로 항공권 비용 증가, 필요 수속 절차 증가 등의 이유로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국내여행은 어떨까?
지난해 5월, 한국관광공사는 “밀레니얼 세대의 77%가 올해 안으로 국내 로컬트립을 희망한다”라는 통계를 공개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여행객들은 정형화된 여행보단 현지 탐사를 선호하고 있다. 여행 시장에서 최근 로컬(Local)과 언택트(Untact)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후 로컬트립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해외는 세련되고 국내는 촌스럽다는 선입견은 이미 벗어난 지 오래다. 한국은 매력적이고 힙한 나라로 부흥했고 굳이 유학을 가거나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외국인과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초고속 인터넷이 여기에서 힘을 발한다.
코로나의 위기 속 여행 산업은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여행으로 기회를 잡았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많이 몰리지 않고 자연 친화적인 여행을 바라본 것이다. ‘로컬’과 ‘언택트’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해외 여행객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인바운드(Inbound) 시장은 2019년 대비 약 5배 감소한 추세를 보인다. 코로나 이전부터 국내에 거주하고 있던 외국인들의 여행 동향은 조금 재밌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인바운드 여행의 큰 축이었던 부산, 제주 등의 지역보다 깡 시골을 찾아 떠나는 외국인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우리 낭만농객 서비스를 통해 시골 여행을 했던 외국인들은 모두 친구나 지인에게 낭만농객 여행을 바이럴 마케팅의 지표까지 만들어 주었다. 코로나가 얼려놓은 빙하기가 녹으며 여행시장의 재미있는 동향이 드러나고 있다. ‘한 나라의 맨 얼굴을 보려면 그 나라의 아침과 시골을 봐야 한다’는 말을 기억해보자.
불국사
불국사
양동마을
양동마을
종오정
종오정
교촌마을
교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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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미래,
그 중심에 있는 로컬크리에이터
로컬 경제 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일차적으로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변화하는 과정을 언급했다. 또한 세계화에서 지역화가 주목받는 지금 안정적인 지역화를 위해서는 지역에서의 고용창출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앞으로의 지역은 고용 없는 성장 경제를 위한 경쟁적인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과 문화, 그리고 지역화한 경제에 맞게 변할 것”이며, “지역에 맞는 농업과 건축,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면 기본 수요를 충족시키는 생산 분권화가 더욱 진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제시한 ‘지역화와 고용 창출의 상관관계’는 모든 지자체와 거주민들이 고민하고 공감할 주제이다. 그렇다면 지역화, 고용, 양극화, 도시, 지역 이 다섯 개 단어의 연결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모이면 시골이나 도시가 만들어지고 고용이나 양극화 등 사회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로컬’의 중심에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할 의지와 아이디어를 겸비한 창업가로 그가 사는 지역의 무형자원과 유형자원 및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로컬크리에이터가 한 지역을 발굴할 때 무조건 다른 지역 사람들을 유치하는 게 과연 그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 되는 일인지, 지역의 물가 상승, 환경 문제 등의 부정적인 문제를 불러오지는 않을지에 대한 문제들에 직면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해답을 찾을 것이다. 다행히도 한국에는 특히 경주에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일으키는 자연, 역사, 문화자원이 무척이나 풍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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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로컬크리이에터의 황금텃밭
경주는 천년고도로 신라시대 문화재와 설화, 그리고 젊은 감각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지역 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산업에 선정되어 활발한 활동을 벌인 박수미씨는 신라시대 백성의 해학과 소박함이 살아있는 토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로컬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이전에도 신라 토우 아이템을 상품화했었고 크고 작은 전시회로 천년고도 경주의 매력을 알려왔다. 최근엔 신라 토우 굿즈 ‘추다가’를 론칭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경주 지도자석으로 유명한 굿즈 공방 배리삼릉공원도 로컬크리에이터와 협업해 경주관련 팬시제품을 넘어 경주 지역 특색을 살린 먹거리 제조까지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천년의 국제적이고 매력적인 역사를 쌓은 경주는 그 존재만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창작욕을 자극한다.
경주 잡지 ‘고을’ 표지
경주 잡지 ‘고을’ 표지
경주 잡지 ‘동사무소’ 표지
경주 잡지 ‘동사무소’ 표지
불국사 석가탑
불국사 석가탑
경주만의 특색이 가득한 로컬잡지도 창간되고 있다. ‘경주올’에서 발간하는 매거진 ‘동사무소’와 경주의 대표적인 로컬 매거진 ‘Goeul’이다. 경주는 국보급의 절과 유물, 아름다운 탑이 그득한 세계적인 역사도시와 서울과 수도권은 누릴 수 없는 고즈넉함과 자연과 사람 냄새가 넘치는 지방도시로 나눠볼 수 있다. 잡지는 ‘지방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지역 ‘로컬’들이 직접 경주라는 고을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과 이야깃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경주의 시인들이 경주관광서 ‘문두루비법을 찾아서’를 내는 등 문인과 예술가들이 경주에 많이 거주하며 경주를 뽐내고 있다. 경주의 ‘로컬’은 타 지역과의 차별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각 기관과 기업도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서로 지식과 전망을 공유하도록 적극적으로 자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경주에서 열린 ‘로컬게더링 경북’은 경주시장이 직접 환영사를 해 ‘로컬크리에이터’의 위상을 높였다. 이 행사는 경상북도 경제진흥원에서 육성한 로컬크리에이터와 각 분야 전문가, 투자사들이 변화하는 경북의 로컬과 로컬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하며 지역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자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과 로컬크리에이터와 투자사들의 그룹 네트워킹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 행사는 도시콘텐츠기업 <어반플레이>가 매년 주최하는 로컬크리에이터 관련 중요 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이라는 말은 지금 다른 방면으로 증명되고 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로컬 자원을 감탄하고 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세계를 볼 수 있는 경주, 천 년의 시간을 넘어서 시간 속에 명멸한 많은 나라를 볼 수 있는 경험은 해외여행을 미뤄둔 우리에게 다시 다가올 ‘여행의 봄’을 선사할 것이라 믿는다.
월정교
월정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