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에 담긴 천 년의 시간
경주취연벼루박물관에는 약 150점의 벼루가 전시되어 있는데 그 재질과 형태가 모두 다르다. 또한 신라부터 조선까지 그 시대도 다양하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신라 벼루는 특이하게도 흙으로 만들어졌다. 신라 토기 1,000개 중 1개가 벼루인 만큼 흔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흙 벼루는 대부분 사찰에서 사경을 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 벼루는 신라시대에 비해 여러 형태의 벼루가 만들어졌다. 흙보다는 돌로 만든 벼루를 많이 사용했고 얇은 돌이 주가 되다보니 모양을 낼 수 없어 투박한 스타일이 특징이라고 한다. 반면 조선 벼루는 색이 다양하다. 검은색의 ‘오석’, 자주색의 ‘자석’, 자주색과 녹색이 합쳐진 ‘화초석’ 등이 있는데 같은 색의 벼루라고 해도 얼마나 사용했는지에 따라 색에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이 외에도 옛 선비들이 도포자락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던 휴대용 벼루인 ‘행연’, 여성들이 눈썹을 그릴 때 사용한 벼루인 ‘수정화장벼루’ 등 쓰임새도 다양한 벼루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벼루 중에서도 손 관장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벼루도 있을 터. 많고 많은 벼루들 가운데 손 관장은 애착벼루로 ‘자석반딧불이뚜껑벼루’를 골랐다. 처음 그것을 손에 넣었을 때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계속해서 닦고 만지기만 했다고. 그래서 ‘자석반딧불이뚜껑벼루’는 계속 벼루를 수집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 같은 존재란다. 벼루 한 점에도 정성을 다했을 손 관장의 옛 모습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