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화려한 가을의 불국사
과거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천 년을 넘게 이어져 내려온 다양한 문화 유적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후손의 입장으로서는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다. 한옥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양동마을, 바다 속에 자리해 더욱 놀라운 문무대왕릉, 토함산 기슭에 자리한 아름다운 석굴암 등도 하나같이 모두 훌륭하지만 가을에 보는 경주라면 누가 뭐라 해도 불국사가 가장 먼저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다.
1995년 세계문화유산목록, 2009년 사적 제502호로 등록된 곳으로 현존하는 국내 사찰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도 유명한 불국사. 신라 법흥왕 15년째 되던 해에 그의 어머니인 영제부인과 기윤부인이 창건했고 경덕왕 10년째에 김대성이 낡은 사찰을 수리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불국사의 초입에 자리한 대웅전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안양문, 자하문, 범영루가 보인다. 안양문은 극락전으로 통하는 중문이고 자하문은 대웅전으로 통하는 중문이다. 국보 제22호인 연화교와 칠보교를 지나기도 전에 이미 아름다운 불국사의 모습에 흠뻑 취하게 된다. 경주를 대표하는 사진에서 늘 봐왔던 유명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내부로 걸어 들어가면 다시 터져 나오는 감탄사.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친숙한 다보탑이 눈에 띈다. 북적이는 인파들 속에서도 시선 둘 곳이 많아 눈동자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진다. 서로의 기념 샷을 찍느라 정신없는 이곳이지만 저 멀리 한 편에서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저마다의 가슴에 담긴 소원을 조용히 비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소문이지만 ‘기도발’이 잘 먹히는 곳이라는 불국사이니 이 자리에 선 누구라도 자신이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기원하고 싶어지는 건 어쩜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불국사에서 저무는 한 해를 떠올리며 나 역시 마음속으로부터 애타게 바라는 소원을 떠올려보았다. 다시 이곳에 올 때는 그 소원이 이루어져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