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푸르름을 선물하다
함께하기에 더 성장하는
청년 농업인
‘ 지 · 선 · 모 ’
글 글 _ 박소희
사진 사진 _ 박형준, 각 청년 농부
자연에도 봄은 청춘의 계절이다.
씨앗들이 추운 겨울 동안 얼어있던 땅을 뚫고 새순을 틔우기 때문이다.
자라난 새순들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업인들은 밤낮 할 것 없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경주 문무대왕면의 한 마을에서는 젊은 농업인들이 똘똘 뭉쳐 한 해의 커다란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른바 지역 농업을 선도하는 모임 ‘지·선·모’이다.
함께하면 즐거운 친구들이자 농사를 지을 땐 진지한 전문가가 되는
김학문(44), 윤순옥(40), 차진호(42), 이태영(39), 지선애(43)
청년 농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학문 · 순옥
12년 차 학문 · 순옥
저희는 농촌 체험형 카페 ‘경주 청년팜’을 운영하고 있는 김학문, 윤순옥 부부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고민했었어요. 그래서 집에서도 따라할 수 있는 비건 간식 만들기 체험을 준비했습니다. 토마토, 블루베리, 백향과 등 우리 지역의 청년 농부들이 짓는 농산물을 활용합니다.
진호
9년 차 진호
저는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도장골 미나리 농원’의 9년 차 승계농 차진호입니다. 작물은 미나리, 냉이, 원추리 등 봄나물 위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원래 타지에서 장사를 했었는데요.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 경주로 돌아왔습니다.
태영
7년 차 태영
개척자 정신이 가득한 창업농 이태영입니다. 2,000평 노지에 블루베리 농장 ‘톡톡 블루베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서비스직에서 근무했습니다. 하지만 제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오랜 공부 끝에 블루베리 농업이라는 창업을 결심했지요.
선애
17년 차 선애
20대라는 어린 나이에 농사를 시작해 어느덧 전문 농업인으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문무토마토농장’의 지선애입니다. 조금은 무모하게 도전했던 농사이다 보니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이젠 멀리서 농장까지 방문하여 구매해 갈 만큼의 맛있는 토마토를 재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고향 친구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렇다고 ‘지·선·모’를 단순히 친하게 지내는 동네 모임으로 보면 큰 오산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을 가지며 농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 또한 사업계획서 준비, 마케팅, 판로 등 정보를 공유하고 노하우를 나눈다.
Q ‘지·선·모’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학문
저희의 고향은 모두 경주예요. 그래서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 서로 알고 있던 선배네 농장에서 농사일을 배운 적이 있어요. 저보다 늦게 농사를 시작한 후배들이 저희 농장에서 농사일을 배우기도 했고요.
진호
이렇게 서로가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자주 만나다 보니까 ‘우리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모임을 가져보자’하면서 ‘지선모’가 모이게 된 거에요.
Q 지·선·모’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순옥
우리가 농사짓는 사람들 모임이라고 만나서 농사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일상 이야기도 하고 미래 이야기도 하는 다른 모임과 비슷하죠.
태영
가끔은 인문학 교수님을 초청해서 사업계획서 발표를 위한 스피치 훈련 같은 교육도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판매경로나 병해충 관리 등 농사에 필요한 기본 지식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Q 혼자 농사를 지을 때와 ‘지·선·모’와 소통하며 농사를 지을 때를 비교한다면?
진호
농사는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이를 혼자 한다고 생각하면 금방 지칠 수밖에 없죠. 애로사항이 있을 때 서로 물어보고 의지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선애
아무래도 자연재해와 같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로가 발 벗고 도와준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하우스를 하다 보면 폭설로 무너질 때도 있고,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어요. 이때 나를 응원해 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에요.
태영
저는 사업을 하다가 농사를 짓다 보니까 처음에 남들을 보고 농약 치는 것부터 다 따라했어요. 그런데 농약이 얼굴로 오고 난리가 났죠. 나중에 가서야 알았어요. 블루베리는 무농약을 해도 되는 과수라는 걸요. 이렇게 잘 모르는 지식들도 함께 공유하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순옥
그런 말 있잖아요. 혼자 가면 얼마 못 가지만 함께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저희는 그런 가치가 있는 모임이라고 생각해요.
Q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본다면?
학문
우리는 정말 많은 걸 해본 것 같아요. 그중 ‘팜파티’가 기억에 남아요. 정말 재밌었거든요. 팜파티는 도시민들을 불러서 우리 농산물을 소개하고, 그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선보이는 파티 형식의 행사예요. 올해 하반기에 한 번 더 해볼까 해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를 전한다면?
학문
경주는 역사·문화의 도시잖아요. 볼거리가 많은 곳이죠. 경주에 오셔서 다양한 유적지도 보고, 농산물 체험도 하고, 건강한 먹거리도 드셨으면 해요.
진호
저도 학문 형님과 비슷해요. 저의 농사 철학은 ‘정직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든다’예요. 저희 ‘지·선·모’ 청년 농업인들도 비슷할 겁니다. 그리고 그런 먹거리를 선보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영
유튜브에 ‘톡톡 블루베리’라고 검색하시면 제 얼굴이 뜰 거예요. 블루베리 농사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들!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얼마든지 댓글 달아주세요. 제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선애
농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많은 걸 배워야 하고 오랜 시간을 거쳐 터득해야 합니다. 대신 그 노력은 결과로 보입니다. 저는 앞으로 미래가 기대됩니다. 저희 토마토와 ‘지·선·모’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