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本 경주
경주 한 바퀴
효심처럼 새겨진 모자이크 타일 벽화
한국판 구엘공원
소현리 마을
흔하디 흔한 벽화 마을이 아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빛이 바래지는 것도 아니다. 흔히 볼 수 없는 모자이크 타일 벽화 마을이 경주에 있다. 지역의 이야기들을 타일이라는 새로운 벽화 재료로 표현한 마을, 현곡면 소현1리를 찾았다.
글 김수란 사진 황지수

경주의 정체성을 벽화에 담다
먼 옛날 도성이었던 경주에서 보면 작게 보인다 하여 소현(小見)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대부분이 평지인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 입구서부터 약 2.5㎞ 구간에 걸쳐 그려진 벽화는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지만 읍천항 벽화마을에 비해 이곳의 벽화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2016년 조성된 소현리 벽화는 담벼락에 페인트로 그린 타 벽화마을과 달리 모자이크로 된 타일 벽화라는 점, 경주와 현곡면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마을 효자 문효공 손순의 효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문효사 앞 세 개 봉우리 모양의 조형물은 소현리와 인근 마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그 옆 사각 기둥은 현곡면의 역사를 아우르고 있는데, 72개 점토판이 모두 벽화와 연관돼 있어 모자이크 타일 벽화의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다.
안토니 가우디로부터 받은 영감
소현리 마을의 벽화는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김호연 교수가 스페인의 전설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인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벽화는 상감 기법으로 만든 점토판을 가마에 구워 만든 타일 조각들을 하나하나 벽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벽화에 가까이 다가서 손으로 작품을 만져보면 도자기 파편들의 투박함이 느껴진다. 마을의 고즈넉함과 닮아 있다. 동일한 색상의 파편들이 모여 만들어낸 작품은 일반 페인트 작품보다 더 실감이 났다.

1) 예기청소의 금장낙안
금장대 아래 형산강의 본류인 서천과 북천이 만들어 낸 ‘예기청소’는 경주가 고향인 소설가 김동리 ‘무녀도’의 배경이 된 곳이며, ‘금장낙안’은 예기청소 위 금장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취해 기러기도 쉬어갔다는 뜻.
‘예쁘다’를 넘어 ‘알고 싶은’ 벽화
마을의 주 도로 양쪽 벽에 채워진 벽화들의 작품 수가 어림잡아 40여 점 정도. 벽화 내용은 마을에 전해지는 역사, 전설, 신화, 설화, 사적을 비롯해 관련 인물, 풍물 등으로 채워넣었다. 각각의 벽화마다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나원리 5층 석탑, 구산서원, 용담정, 예기청소의 금장낙안1), 십장생, 일월도, 동학교주 최제우와 최시형 선생과 사상, 오류리 등나무, 개무덤 등 풍부 한 이야기 덕분에 소현리 벽화는 단순히 ‘예쁘다’는 느낌 그 이상이다.
평화로운 마을 풍경과 함께 벽화를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벽화 덕분에 찾은 마을이지만 골목 골목을 찬찬히 공들여 걷다 보면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이 주는 여유로움에 시나브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