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本 경주
투데이 경주

땀 흘린 자만이
손에 넣는 풍경

입이 떡 벌어지는 경치를 얻기 위해서라면 조금 고생한들 어떠랴.
탁 트인 전망을 발 아래 두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그래서 산을 오른다. 힘들게 오른 만큼 멋진 장관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남산
문화재로 가득!

초대형 노천 박물관, 남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남산은 절터, 석불, 석탑 등 산 전체가 문화재로 가득해 ‘지붕 없는 박물관’ 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다.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6m) 중 어느 봉우리를 택하느냐에 따라 코스가 달라지는데, 금오봉을 오르는 삼릉과 용장골 코스가 가장 대표적이고 어렵지 않은 난이도의 등산 코스다.
금오봉을 기준으로 남쪽에 자리한 용장사곡 삼층석탑은 주변의 넓게 트인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경주 남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탑이다. 동남산 통일전에서 출발할 경우 포석정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밟으면 된다. 여기서는 남산의 유일한 오층석탑인 늠비봉 오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복원할 때 새 돌을 많이 사용해 문화재로 지정받지는 못했지만 남산의 절경을 완성하는 또 다른 탑이다.

오봉산
김유신 장군의 이야기를 간직한

경주의 서쪽 끝, 오봉산

경주의 서쪽 끝에 자리한 오봉산은 산 이름 자체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근곡, 주사암, 마당바위 등 지명으로는 꽤 이름난 곳이다. 특히 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트레킹할 맛이 나는 산’이라 한다. 골짜기 여근곡에서 출발해 신라 산성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부산성을 지나, 천년고찰 주사암까지 이어지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주사암과 멀지 않은 산 정상부 절벽에 너럭바위가 있는데, 마당바위라고 부르는 이곳은 김유신 장군이 군사들의 피로를 풀고자 보리로 빚은 술을 대접했던 곳이라고 한다. 드라마 선덕여왕, 동이 등의 촬영지로 알려지기도 했다. 널찍한 마당바위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수려한 산세와 절경을 감상하다 보면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다.

토암산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은

일출 명산, 토함산

날씨가 좋고 공기가 맑은 날이면 수평선을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동해와 가깝다. 바다 쪽에서 밀려오는 안개를 산이 마시고 토해 내는 듯한 모습에 빗대어 ‘토함산(吐:토할토, 含:머금을 함, 山:뫼산)’이라 부르게 됐다는 말이 전해진다. 토함산은 신라인들이 신성시 여겼던 곳으로 불국사, 석굴암 등 찬란한 신라 불교미술의 유산을 품은 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토함산에서 꼭 한 번쯤 경험해봐야 할 것이 바로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이다. 산 능선 끄트머리로 해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곧 이어 토함산 정상이 붉게 달아오르는데 사뭇 장엄함마저 느껴지는 장면이다. 이 광경 탓에 새해 첫날 일출을 보러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동대봉산
탁 트인 억새군락지

무장봉, 동대봉산

동대봉산은 문무왕이 삼국통일을 완성하고 병기와 투구를 묻었다고 전하는 산이다. 함월산과 토함산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동대봉산은 무장봉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문관광단지에서 자동차로 15분여 가면 등산로를 만날 수 있다.동대봉산은 가을철이면 전국에서 온 등산객들로 북적댄다. 산 정상부 너른 대지에 조성된 억새군락지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 일대는 1980년대까지 목장이 있던 곳인데, 목장이 폐업하고 떠난 자리에 억새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이 일대에 자연스런 군락지가 형성됐다고 한다. 등산객들 사이에서 가을철 아름다운 풍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볼 곳이, 갈 곳이 많기 때문에 오히 려 더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
경주에도 오르기 좋은 산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종종 잊곤 한다.
깊어가는 가을, 경주에서 남들과 다른 추억을 쌓고 싶다면 등산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산 정상부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에 고민거리, 걱정거리를 함께 실어 날려버리자.

가을,
경주의 산을
오르다

경주 한 바퀴효심처럼 새겨진 모자이크 타일 벽화
한국판 구엘공원 소현리 마을
반려식물이 주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