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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이색체험

‘바스락 바스락’ 예쁜 소리
경주의 서점을 가다

누군가는 유례없는 ‘종이책의 위기’라고 현재를 일컫는다.
디지털 시대, 터치 한 번이면 원하는 콘텐츠를 만날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의 서점에서 우리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편리함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니까……. 올가을 우리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경주의 서점을 찾아가 봤다.

‘바스락 바스락’ 예쁜 소리 경주의 서점을 가다
엄마 손 잡고 어릴 적 서점에 자주 오던 친구들이 훌륭한 어른이 되어 다시 찾는 모습을 보면 감개무량합니다. 경주에서 서점이 성행했던 80 ~ 90년대처럼 순수문학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제일문고가 책을 읽고 싶을 때 언제든 부담없이 찾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경주 最古 서점 제일문고

정확히 언제 문을 열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초대 사장님이 몇 년 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전 이곳을 인수한 세 번째 주인장, 기준도 사장의 말에 따르면 60년을 넘겼다고 한다. 명실상부 경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제일서점’이라는 이름으로 황오동에 있다가 3년 전 지금의 동부동에 둥지를 틀며 ‘제일문고’로 변경해 책과 문구류를 함께 취급하고 있다.
190평, 2층 규모의 서점에는 독특한 조명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노트북 등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각 자리마다 콘센트를 배치한 바 형태의 책상도 있다. 서점이란 공간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이 담겨 있는 제일문고다. 경주에서 가장 오래됐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서점인 만큼 이곳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경주시민들도 상당수다. 주인장은 힘 닿는 한 이곳을 지켜내고 싶다고 말한다.


• 주소 경주시 화랑로 106
• 영업 09:30 ~ 21:30 / 휴무일 첫째, 셋째 일요일
• 전화 053-742-4885

제일문고

영화를 사랑한다면 북미(Book me)

경주읍성 인근에 자리해 이곳에 앉아 보이는 풍경이 제법 고즈넉하게 느껴진다. 영화 관련 서적과 굿즈를 판매하는 서점 겸 카페인 북미는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 배우가 있다면 방문해 보길 권한다. 영화 관련 책 외에도 주인장의 취향을 한껏 반영한 소설 책도 만날 수 있다.
주인장은 영업시간 외 이곳을 대여해주기도 하는데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는 만남의 장이 된다.매주 목요일 8시가 되면 주인장이 테마를 정해 상영해주는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데, 신작보다는 각자의 추억이 서린 옛 영화들에 대한 호응이 더 좋다고 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주인장이 만든 공간인 만큼 각종 영화제가 열리는 시기가 오면 가게를 잠시 쉬어갈 때도 있다고. 방문 전 SNS를 통해 공지 등을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 주소 경주시 북성로 103-1 2층
• 영업 12:00 ~ 20:00 (주말 11:00 ~ 20:00) 휴무일 매월 SNS 공지
• 인스타그램 @bookme.bookme

아프면 약을 처방받듯 마음을 처방받는 곳, 어서어서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 황리단길에 있는 어서어서는 문학 전문서점을 지향하는 곳이다. 9평 남짓한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방에 가득 쌓인 책들과 벽면에 다양한 포스터들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이 서점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데, 그 이유는책을 구매할 때 함께 받는 특별한 봉투 때문이다. ‘읽는약’ 이라고 적혀 있는 약봉투와 비슷하게 생긴 종이봉투는 어서어서만의 특색이다.
책을 사는 사람이 그 순간만큼은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다. 최근 ‘이어서’라는 이름으로 2호점(북문로 59 2F)이 문을 열었다. 1호점과 달리 카페를 겸하는 북카페 공간이다. 이것이 바로 어디에나 있는 서점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서점인 이유다.


• 주소 경주시 포석로 1083
• 영업 11:00 ~ 19:30(주말 10:00 ~ 21:00), 휴무일 SNS 공지

독립서점은 단순히 손님이 책만 고르고 나오는 곳이 아니다. 독립서점을 통해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고, 잊었던 작가의 꿈을 다시 꾸게 될 수도 있다. 서점에 한 걸음 발을 딛는 순간 새로운 경험과 세상이 펼쳐지는 셈이다. 어쩌면 독립서점은 특별한 나만의 경험을 중시하는 이 시대가 요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서점을 계속 기억할 수 있도록, 그들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그 존재를 각인시켜주는 이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한번 바라보자.

누군가가 소개하는 책 이야기, 누군가의 책방

한적한 농촌마을에 자리한 서점이다. “엇, 이길이 맞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때 즈음 ‘짠’하고 나타난다. 청아한 하늘과 어울리는 멋진 한옥 서점이다. 원래는 황리단길에 있었는데 이곳으로 옮겨와 5년째 서점을 이어가고 있다. 타 지역에 가면 조용한 책방을 찾는 주인장처럼 누군가도 경주에 오면 조용한 책방을 찾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곳이다. 서점에 입고되는 책도 철저히 주인의 취향이다. 작가가 마음에 들어서일 수도 있고, 디자인이 독특해서일 수도 있고, 장르에 관심이 가서일 수도 있다.
얼마 전부터는 ‘누군가의 책 이야기’라는 이름의 독서모임도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면 누구나 환영이란다. 독서모임에 대한 공지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하고 있으니 관심 있다면 참석 전 확인이 필수다.


• 주소 경주시 서악2길 32-16
• 영업 11:00 ~ 18:00 / 휴무일 매주 수요일
• 인스타그램 @someoneboo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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