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다
히스토리 경주
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노래, 신라 향가
비향(琵鄕) 대표 김푸르나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사귀어두고~” 동네 아이들이 불렀다는 서동요, “열치매 나타난 달이”로 시작되는 찬기파랑가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향가는 국어 교과서 속의 작품이다. 향찰로 표기되어 신라시대부터 불러온 정형시가 ‘향가’(鄕歌)는 당나라의 한시와 대등하다는 뜻으로 ‘동국(東國)의 노래’라는 의미이다. 신라시대의 사람들이 따라 부르며 즐겼던 향가를 잇는 사람들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 오늘은 그 가운데 김푸르나 대표를 만나보았다.
글, 사진 임숙영
고향에 돌아와 신라 향가를 만나다
울산시립 국악 상임 연주단원으로 10년간 판소리 연주자로 활동했던 김푸르나 대표는 둘째 출산을 위해 시립 연주단을 퇴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 동안 집 안에서 그동안 꼭 하고 싶었던 공부를 부지런히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공연 기획학 석사와 한국 음악학 석사를 공부하며 고향 경주가 가진 보물과 같은 콘텐츠 신라 향가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즐기는 신라 향가
향가는 6세기 신라 중기에서 10세기 고려 초기까지 불리던 우리나라 고유의 시이자 노래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향가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가장 큰 관심사다. 김푸르나 대표는 퓨전국악, 크로스 오버 등 그동안 활동해 온 국악 장르를 넘나들며 타음악 장르와 함께 신향가곡을 창작하고 연주하며 향가를 전하고 있다.
“신라시대 주류를 이루었던 신라 3현 3죽 가운데 특히 향비파 연주에 집중하고 있어요.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단절된 향비파 연주법을 개발해 향가 위에 고스란히 얹어 즐겁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남은 시간 음악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창착활동도 건강도 늘 푸르게 함께하고 싶다는 김푸르나 대표의 예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향가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함께하는 사람들
신라 향가는 고려시대의 고려가요, 조선의 가곡, 가사, 시조로 이어졌다. 김푸르나 대표가 함께하고 있는 신라향가음악협회에는 신라향가 박덕화정가 보존회의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 제28호 전승교육사이신 정은주 선생님, 서라벌 향가단의 허화열 선생님이 함께하고 있다. “정은주 선생님은 전통 가곡형에 향가 가사를 얹어 향가의 고매한 아름다움을, 허화열 선생님께서는 영제시조 형식에 현존하는 향가 가사를 얹어 선비 음악을 전하고 있지요. 제가 이끄는 비향에서는 향비파와 함께 신향가곡을 창작하여 향가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가의 전승을 위해 뜻과 힘을 모으는 이들의 바람만큼 널리 사랑받는 우리의 향가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미래와 만나는 아름다운 순간
크고 작은 공연 때마다 전통의 가치와 매력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늘 한결같지 않을까? “향가 한 수 한 수 노래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백성을 위하는 애민의 마음, 전장에 보낸 임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누이와 친구와 선배를 기리는 아름다운 마음이 전해지고 있지요”라며 향가의 매력을 이야기하는 김푸르나 대표의 눈빛은 고요하게 빛난다.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네 전통에서 아름다움과 가치를 한껏 찾아내 오늘을 살아가는 소중한 힘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 가진 힘과 질서, 음악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한다.
신라인의 높은 정신세계를 전하는 아름다운 음악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맡겨진 것이라 믿었던 음악은 세상의 이치를 담고 우리의 정신을 움직이는 근원이자 아름다움이다. “고대사회에 불린 신라인의 높은 정신세계와 함께한 수준 있고 아름다운 음악을 잘 전하기 위해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는 김푸르나 대표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 향가가 어떻게 전해질지 자못 궁금하다. 그래서일까? 그가 맡고 있는 비향과 신라향가음악협회원들이 함께 만들어 갈 아름다운 음악이 어떤 모습일지 내심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