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다
나의 경주
열암곡 마애불
김금주
* 독자투고 경주시 황성동 김금주 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

열암곡 마애불상(사진출처_국립 경주문화유산연구소)
길을 잃었다
희미하게 걸어온 길
아득하게 가야할 길
어디로 가야 하나
새벽녘 칠불암 언저리에서
헤매고 헤매다가
거꾸로 보았다
빛을 짊어진 거대한 바위
땅을 품은 장엄한 마애불
부처님 왜 이러고 계십니까
거꾸로 박혀 왜 이러고 계십니까
제가 거꾸로입니까
부처님이 거꾸로입니까
조아리고 조아리고 울었다
우르르 쾅쾅 쓰러지던 날
천둥이냐 지진이냐 중생들이 두려워할 때
새가 땅속을 기어들어 얼굴을 받쳐주었으리
뱀이 하늘을 날아올라 발목을 잡아주었으리
코가 벽에 닿을 듯 말 듯
살아 보는 듯 따뜻한 미소
가지런했을 과거와
가지런해야 할 미래
부처님
이제 일어나셔야지요
천년의 새가 다시 하늘을 날고
천년의 뱀이 다시 땅속을 기어드는데
하늘을 보여 드릴까요
볕을 쬐어 드릴까요
아니면
우뚝 일어서서 길을 찾아 주시겠습니까
어디로 가야 할까요

열암곡 마애불 이야기
2007년 5월 22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노곡리 산119번지에 위치한 열암곡 석불좌상(列岩谷 石佛坐像)에서 남동쪽으로 약 30m 떨어진 지점에서 열암곡 마애불이 엎드린 채로 발견되었다.
불상을 새긴 바위는 높이 5.6m 무게는 약 70-80t으로 추정되며 넘어지면서도 코끝 하나 다치지 않아 ‘5cm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불상의 콧날과 바닥의 거리가 단 5cm에 불과하며, 과거 큰 지진으로 인해 넘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