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다
나의 경주

경주라는 보물단지

* 독자투고 경산시 중산동 권해숙 독자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글입니다.

첨성대

첨성대

어머니 2주기에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
지난 토요일은 어머니의 2주기였다. 91세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우리 형제들은 모였다. 영천 호국원에서 간단한 제사를 올리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가 싶었는데 큰오빠가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우리 오랜만에 모였는데, 경주로 한번 가보는 건 어때.” 형제들은 모두 좋은 생각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2주기지만 아직도 곁에 있는 듯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조금 쓸쓸하기도 했고, 조금은 허전했던 마음이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나보다. 그렇게 하여 머리 희끗희끗한 우리 2남 2녀의 형제는 경주로 발길을 옮겼다.

형제들과 함께 찾은 경주라는 보물
우리 형제들은 평생을 경주 인근 도시인 대구와 경산에 살고 있는데 나의 경우만 해도 아마 서른 번은 넘게 가 본 곳이 경주가 아닌가 한다. 친근하기도 하지만 언제 찾아도 정겹고 좋은 곳이기도 한 곳이 내게는 경주라는 도시이다. 어릴때는 부모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우리 형제들은 오때는 부모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우리 형제들은 오랜만에 옛날이야기도 하며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의 가이드는 우리 큰오빠
30분쯤 걸려 경주에 도착하자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우리는 유명한 경주 쌈밥집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먹었다. 역시 경주는 쌈밥이 최고였다. 오랜만에 모여 하하호호 하며 먹는 점심 한 끼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머리 희끗희끗한 우리 형제들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젊은 시절 경주에서 2년간을 살았던 큰오빠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한 무리의 병아리처럼 그 뒤를 따랐다. 늘 말수가 적고 근엄한 편이었던 큰오빠는 오늘따라 정말 많은 걸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저 집은 찐빵이 맛있고 저기 저 집은 콩나물국밥이 진짜 맛있다.” 오빠에게는 우리가 아직 코흘리개 어린 동생처럼 여겨지는 것 같았고, 그런 오빠의 마음이 오늘은 더 친근하게 와닿았다. 우리들 역시 큰오빠 말이라면 무조건 끄덕끄덕하며 한나절의 경주 여행을 즐겼다.

추억의 첨성대에서
첫 관광지는 첨성대. 언제 적 첨성대인가… 국민학교 수학여행 단체 사진이 떠오르는 첨성대가 아닌가. 아니 그런데 첨성대는 왜 그리 작아졌단 말인가. 저 첨성대가
우리가 알던 첨성대가 맞냐며 몇 번이고 다시 보며 언니가 자꾸 물었다.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자꾸 물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주 장엄할 줄 알았는데 소박미까지 갖춘 첨성대는 그저 정겨웠다. 어릴 적 소중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의 보물 월정교를 만나다
첨성대를 나와 싱그러운 초록 길을 걸으며 경주는 도시 전체가 보물이 아닌가 하며 탄복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하는 경주의 모든 풍경이 오늘따라 더욱 새롭게 와 닿았다. 올해 칠순인 큰오빠는 “팔로우 미”를 외치며 연신 우리를 재촉하며 이끌었는데 그러다 다다른 곳에서는 차마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곳은 바로 월정교였다. 통일신라 때 있었던 다리를 고증을 통해 복원한 지가 이제 한 6년인가 되었다고 하는 월정교. 월정교의 자태는 너무나 아름다워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켰다. 프랑스 파리의 센강도 독일의 라인강도 울고 가야 할 풍경이었다.
곳곳에 한복 입은 분들이 눈에 띄었다. 환하게 웃는 60대 아주머니, 눈부시게 예쁜 20대 커플, 즐거움이 넘쳐나는 외국인들까지 모두 한복을 입고 걸어 다니는 모습은 월정교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광경이었다. 사진을 찍으며 여기저기 웃음꽃들이 함박 피어났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 형제들도 다 같이 웃음꽃을 피웠다.

추억을 만들어 주는 보물 같은 도시, 경주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고 있던 언니가 한마디 했다.
“산소 앞에서 절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보다 이렇게 형제 간에 우애 좋게 지내는 모습, 이게 엄마가 진짜 바라는 게 아닐까?”
우리는 모두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의 첨성대, 월정교, 석빙고. 우리 형제들이 함께했던 그 모든 것이 보물처럼 좋았지만, 우리 2남 2녀 형제가 함께한 경주였기에 더없이 즐겁고 소중한 여행이었다. 다음에는 경주의 또 다른 보물과 같은 풍경과 문화재를 만나볼 생각이다.

월정교

월정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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